봄의 가운데서
봄이 한창이다.
한강 뚝방길을 따라걷다보면, 바람보다 먼저 시선을 끄는건 활짝핀 개나리와 벗꽃이다.
노란빛이 먼저 눈을 깨우고, 이어지는 분홍빛이 마음까지 물들인다. 마치 봄아 차례로 인사를
검네는 듯하다.
뚝방길 옆으로는 자전거가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흐르는 강물은 오늘도 묵묵히 제갈길을 간다.
고개를 돌리면 멀지않은 산 능선이 봄빛을 입고 있다.
연두빛으로 번지는 산자락은 아직은 수줍지만, 조금씩 짙어지고 있는 계절의 호홉이 느계진다.
걷는 발끝아래로는 작고 잊힌 들꽃들이 피어 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것도아닌, 그저 제때가 되어 피어난 것들. 개나리 가지 아래로 어린 아이가 뛰놀고 , 벗꽃잎이 머리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누군가는 그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그냥 가슴에 담는다.
한강은 흐르고 바람은 지나간다.
모든 것이 잠시 머물다 가는 봄날이지만, 이순간만은 유난히 오래 남을 것 같다.
그저 걷는 것으로만으로도 충분한 하루. 봄은 지금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