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5일 화요일

개나리 물든 한강길, 봄이 말을 건다

 봄의 가운데서  




봄이 한창이다.

한강 뚝방길을 따라걷다보면, 바람보다 먼저 시선을 끄는건 활짝핀 개나리와 벗꽃이다. 

노란빛이 먼저 눈을 깨우고, 이어지는 분홍빛이 마음까지 물들인다. 마치 봄아 차례로 인사를 

검네는 듯하다.      

             

                              
                               


뚝방길 옆으로는 자전거가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흐르는 강물은 오늘도 묵묵히 제갈길을 간다.

고개를 돌리면 멀지않은  산 능선이 봄빛을 입고 있다.

연두빛으로  번지는 산자락은 아직은 수줍지만, 조금씩 짙어지고 있는 계절의 호홉이 느계진다.

걷는 발끝아래로는 작고 잊힌 들꽃들이 피어 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것도아닌, 그저 제때가 되어 피어난 것들. 개나리 가지 아래로 어린 아이가 뛰놀고 , 벗꽃잎이 머리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누군가는 그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누군가는 그냥 가슴에 담는다.

한강은 흐르고 바람은 지나간다.

모든 것이 잠시 머물다 가는 봄날이지만, 이순간만은 유난히 오래 남을 것 같다.

그저 걷는 것으로만으로도 충분한 하루. 봄은 지금 여기에 있다.


                               


                


2025년 4월 13일 일요일

A Sunset Walk Along the Ttukbang Trail

 

🌇 A Sunset Walk Along the Ttukbang Trail





The sun slowly begins to set.
Golden light spreads gently over the river,
and the breeze feels softer than it did during the day.

My steps along the Han River’s Ttukbang Trail begin to slow.
There’s no need to talk,
no need to think about anything—
just being in this moment feels enough.

A bicycle passes by with a soft whoosh,
and across the river, apartment windows begin to light up one by one.
The end of the day carries a quiet kind of loneliness,
but even that feels warm here.

At some point,
the sky reflected on the water shifts from pink to violet.
As if that color seeps into me,
old thoughts begin to settle, quietly.

At sunset,
the Ttukbang Trail becomes a silent comfort.
With every step,
it gently tells me:
"You did well today. You made it through."

     

🌇 해질녘, 뚝방길을 걷는다

해가 천천히 저물어간다.
강물 위로 노을빛이 잔잔히 번지고,
바람은 낮보다 살짝 더 부드럽게 스쳐간다.

한강 뚝방길을 걷는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아도,
무엇을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그 시간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자전거가 휙 지나가고,
강 건너 아파트엔 하나둘 불이 들어온다.
하루가 끝나가는 풍경은 어딘가 쓸쓸하지만,
그 쓸쓸함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
강물에 비친 하늘이 분홍빛에서 보랏빛으로 물든다.
그 색이 마음에 스며들 듯,
묵은 감정들도 조용히 가라앉는다.

해질녘의 뚝방길은
말없이 위로하는 길이다.
조용히 걸으며,
오늘 하루도 참 잘 버텼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그런 시간.





🌿 A First Step, Starting by the Riverside

 


🌾 A Slow Walk on the Ttukbang Trail by the Han River

The Ttukbang Trail by the Han River is quiet.
It feels like time flows a little more slowly here,
just out of reach of the city’s constant noise.

As you walk along the path,
you'll see faint traces of old bicycle tires,
and tufts of grass nodding gently in the breeze.
Above them, the light of the setting sun begins to spread.

People walk at their own pace.
Some with earphones in,
some just letting the wind play with their hair.
Even without conversation, the distance between them feels warm.

The beauty of the Ttukbang Trail doesn’t come from dramatic views,
but from the calmness that fills the space where nothing really happens.
The river flows without a sound,
and the reeds sway softly as if closing the day.






With one deep breath
and a few slow steps,
the weight in your chest begins to ease.
That’s the magic of this trail—
a quiet place of rest, hidden right in the heart of the city.





🌿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

한강 뚝방길은 조용하다.
도심의 바쁜 하루에서 몇 걸음만 벗어났을 뿐인데,
시간은 어느새 한 박자 느려진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전거 바퀴 자국이 바닥에 희미하게 남아 있고,
강가의 풀잎들은 바람을 타며 살짝살짝 인사를 건넨다.
햇살은 천천히 물들어가고, 강물은 아무 말 없이 흘러간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누군가는 그저 바람을 들으며 걷는다.
말이 없어도,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 길에서는
굳이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디론가 가지 않아도 좋고,
조금 멈춰 서 있어도 된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
그 하루를, 이 뚝방길이 고요하게 품어준다.






이 여름, 그 산에 다시 가고 싶다. 지리산

  이 여름, 그 산에 다시 가고 싶다. 한참 더위에 지쳐 있는 요즘, 문득 떠오르는 건 그 산, 지리산이다. 초록이 짙게 우거졌던 숲길, 그늘 아래 불어오던 서늘한 바람, 새벽 안개가 골짜기를 감싸 안으며 조용히 흘러가던 그 풍경.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