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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앞바다, 조개잡이 기억

   서산 앞바다, 조개를 품은 모래밭의 기억 어느 여름날, 나는 서산 해안가 옆에 차를 조심스럽게 세웠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시원했고, 갓 빠진 바닷물 너머로 드러난 모래밭이 나를 유혹하듯 펼쳐져 있었다. 조개잡이 도구라고 해봤자, 작은 호미 하나와 플라스틱 바구니뿐. 그것만 들고 맨발로 사각사각 모래를 밟으며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갯벌이 아닌, 단단하면서도 촉촉한 모래 속으로 호미를 조심스럽게 집어넣어 몇 번 긁자— 순식간에 백합 조개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때 나는 정말 놀랐다. 이렇게 많은 조개가, 이렇게 쉽게 잡히다니. 마치 모래 속에 숨겨진 보물 상자를 연 느낌이었다. 나는 조용히 혼자 집중하며, 하나둘 조개를 바구니에 담았다.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 한 다라 가득 조개를 채웠다. 그 조개를 조심스레 차에 싣고, 시골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큰 바가지에 물을 받아 조개를 해감했다. 조개들이 입을 벌렸다 다물기를 반복하며, 모래를 뱉는 모습을 보니 생명이 느껴졌다. 하룻밤을 그렇게 두고, 다음 날 아침 깨끗하게 씻은 조개를 냄비에 넣고 삶았다. 소금 약간, 마늘 조금. 별다른 양념은 필요 없었다. 그저 조개 본연의 바다 향과 담백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하나씩 꺼내 먹으며, 그 순간을 천천히 음미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고, 조용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그날의 조개는, 단지 해산물이 아니었다. 자연이 준 선물, 그리고 기억이 되었다. A Memory of Seosan's Sandy Shore, Buried in Clams One summer day, I gently pulled over near the Seosan coastline. The sun was strong, yet the ocean breeze brought a cool relief. Before me stretched a sandy shore, freshly revealed ...